2024년 초봄, 야카게정에 사는 수어 학습자로부터 “7월에 열리는 주고쿠 지역 합동 수어 연수회에 참가하지 않으실래요?”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마침 같은 시기에 청각장애가 있는 친구들과 수어 통역사들이 구라시키시에서 자주 모이고 있기에 이유를 물어보니 “주고쿠 지역 합동 수어 연수회를 준비하고 있어요”라고 했습니다.
수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부터 일상적으로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입에 올리는 ‘주고쿠 지역 합동 수어 연수회’는 대체 어떤 모임일까 궁금해져 저도 참가했습니다.
기재된 내용은 2024년 8월 기사 게재 당시의 정보입니다. 현재 정보와 다를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제31회 주고쿠 지역 합동 수어 연수회란
제31회 주고쿠 지역 합동 수어 연수회는 주고쿠 지역 수어 동아리 연락협의회와 전국 수어 통역 문제 연구회 주고쿠 지부가 주최한 연수회입니다.
2024년 7월 20일(토)과 21일(일), 이틀 동안 ‘맑은 날의 나라, 손과 손으로 이어지는 동료의 고리’를 주제로 오카야마현 종합복지·자원봉사·NPO 회관 기라메키 플라자에서 개최됐습니다.
주관은 전국 수어 통역 문제 연구회 오카야마현 지부와 공익사단법인 오카야마현 청각장애인 복지협회 등으로 구성된 제31회 주고쿠 지역 합동 수어 연수회 실행위원회가 맡았습니다.
이틀간의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황을 이룬 행사장
개회식에서 오카야마현 청각장애인센터 소장은 “제가 이곳의 소장이 된 지 5년째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들어찬 회의실을 본 건 처음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개회식이 시작될 무렵에는 양쪽 통로에도 의자를 놓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습니다.
다음 날 열린 기념 강연회는 시작 45분 전부터 입장권을 배부했고,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한 참가자들은 별실에서 온라인 생중계 영상을 시청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첫날 열린 개회식과 분과회, 둘째 날 열린 기념 강연회 이후의 프로그램에 참가했기에 그 모습을 리포트합니다.
분과회 모습
전국 수어 통역 문제 연구회 오카야마현 지부에서는 매년 자체적으로 연수회를 열고, 여러 분과회로 나뉘어 각자 배움을 심화합니다. 2024년에는 오카야마현뿐 아니라 주고쿠 지역 전역에서 참가자가 모이는 대규모 연수회가 됐지만, 예년의 노하우를 살려 다음과 같이 다섯 개 분과회를 마련했습니다.





주고쿠 지역 방재의 시급한 과제라면 집중호우 재해
저는 미야기현 출신이라 재해라고 하면 동일본대지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2023년 12월 간토에서 구라시키로 이주했지만, 제가 사는 지역에서 청각장애가 있는 제가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4분과회: 생활(방재) ‘함께 배우는 방재~재해에 대비하고 있나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봅시다!’에 참가했습니다.
제4분과회는 다음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 지역의 활동 사례를 나눠 보자
- 방재 지식을 배워 보자
- 그룹 활동으로 생각해 보자~마이 타임라인을 만들어 보자~
먼저 그룹별로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서 어떤 방재 활동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저희 그룹에서는 구라시키시의 청각장애인에게 대피소에서 자신이 청각장애인임을 알리는 반다나를 배부한 사례와, 히로시마현에서 청각장애 당사자 단체와 수어 동아리, 요약 필기 동아리 등이 함께 방재 공부 모임을 여는 사례 등이 나왔습니다.
다른 그룹에는 2018년 7월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사람도 있었고, 주고쿠 지역에서는 특히 집중호우 재해 대책이 시급한 과제라는 점을 공유했습니다.
마이 타임라인 제안
이어 일본방재사기구의 방재사인 시모야마 마사노부 씨를 강사로 초빙해 방재 지식을 쌓았습니다.

시모야마 씨에 따르면 사람은 심리적으로 “나는 괜찮아”, “이번에는 괜찮아”라는 생각이 강할수록 재해가 발생했을 때 대피가 늦어진다고 합니다. 반면 주변 사람들이 대피하는 모습을 보거나 주변 사람에게 대피를 권유받으면 움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변 사람들과 협력해 방재에 힘써야 할 필요성이 제시됐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로 나온 것은 ‘마이 타임라인’ 작성입니다. 재해 발생 3일 전부터 재해가 발생하는 순간까지 자신들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시각적으로 정리하는 방법입니다.
시모야마 씨의 이야기를 들은 뒤 그룹별로 ‘마이 타임라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그룹이 보조 배터리를 준비하고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듯했습니다. 전화나 라디오의 음성을 듣기 어려운 청각장애인이 많으므로 영상 통화나 문자·영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대피소에서 필담을 나눌 때도 스마트폰은 꼭 필요하죠.
처음에는 이처럼 개인이 할 수 있는 행동에만 주목하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큰 전지에 그룹별 ‘마이 타임라인’을 작성해 나가면서 “장애가 있는 사람의 대피 상황을 확인할 사람을 정한다”, “이웃에 어떤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지 파악한다” 등 점차 주변 사람들과 함께 방재에 힘써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웃과의 관계가 희박해진 지금, ‘수어 동아리’ 단위로 방재 제안
저희 그룹에는 오카야마시와 구라시키시, 히로시마현 오노미치시처럼 시로 지정된 비교적 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래서 ‘이웃’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습니다.
한편 이번 연수회는 ‘수어 연수회’인 만큼 수어 동아리에 소속된 참가자가 많았습니다. 이웃끼리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지 않더라도 수어 동아리 동료를 생각하면 “누구누구 씨의 대피 상황은 확인하고 싶다”, “다 함께 비상용 가방 안을 확인하고 싶다”처럼 구체적인 상대가 떠오릅니다.
참가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나누자 시모야마 씨는 “청각장애가 있는 방재사나 수어 통역을 할 수 있는 방재사가 늘어나면 각자의 필요에 더 잘 맞는 방재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청각장애가 있는 방재사나 수어 통역을 할 수 있는 방재사도 있다고 합니다.
기념 강연 모습
둘째 날은 기념 강연으로 시작했습니다.
강사는 드라마 ‘silent’와 NHK E테레 ‘모두의 수어’에도 출연한 경험이 있으며, 수어 엔터테이너, 배우, 국제 수어 통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농인(청각장애인) 나스 에리 씨입니다.
‘농인이 대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란, 국제 교류와 국제 수어, TV 드라마 출연을 통해’라는 주제로, 나스 씨의 활동과 경험을 바탕으로 수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농인의 관점에서 들려주는 강연입니다.

나스 씨가 20대 여성인 만큼 첫날보다 젊은 세대도 많이 행사장에 모였습니다. 행사장을 두 곳으로 나누어 한 곳은 현장 강연장으로, 다른 한 곳에서는 온라인 중계를 상영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습니다.
메인 행사장 입장권은 오전 8시 45분부터 배부했지만, 일찍 온 사람은 오전 8시쯤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고 합니다. 저는 접수가 시작될 무렵 행사장에 도착해 간신히 현장 강연장 입장권을 받았습니다.
국제 수어 소개
나스 씨의 강연에서는 먼저 유학과 해외 인턴 경험 등을 바탕으로 국제 수어를 소개했습니다.
음성 언어가 나라마다 다르듯 수어도 나라마다 다릅니다. 음성 언어는 식민 지배 등 역사적 배경의 영향을 받아 중남미에서는 스페인어,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어는 그런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대부분의 나라에 각기 다른 수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어를 사용하는 서로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떤 언어로 소통할까요? 음성 언어라면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을 수 있지만, 수어에서는 국제 수어를 사용합니다.
국제 수어는 어느 나라의 언어도 아니라는 점에서 평등한 수어이지만, 일본에서 생활하는 수어 학습자나 농인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습니다.

나스 씨의 말에 따르면 국제 수어는 언어가 아니라 수어 표현입니다.
단어를 나열한 것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감정을 표현하는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데플림픽(청각장애인을 위한 올림픽) 중계나 선수에게 지시하는 등 사실을 전달하는 자리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수어 표현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내년(2025년)에는 일본에서 데플림픽이 개최됩니다. 청각장애가 있는 관광객도 세계 각국에서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개최국으로서 국제 수어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농인의 활약은 수어 통역사의 활약으로 이어집니다
휴식 후 이어진 후반부에서는 수어 엔터테이너, 배우, 국제 수어 통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나스 씨가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에 맞춰 수어 표현 방식을 바꾼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수어 엔터테이너나 배우는 ‘연기’를 위해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합니다. 반면 국제 수어 통역은 ‘통역’이 목적이므로 감정을 담지 않고 사실을 통역한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혼자 수어로 표현할 때는 팔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표현을 지나치게 크게 하지 않는 등 조절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나스 씨가 농인으로서 사회에 참여하는 데 꼭 필요한 존재가 바로 수어 통역사입니다.
감정 표현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특히 스태프와 충분히 사전 협의를 해야 합니다.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는 다양한 음성 정보가 오가기 때문에 수어 통역 없이 일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평소 자신을 지원해 주는 수어 통역사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농인이 사회에서 활약하면 수어 통역사의 일도 점점 늘어납니다. 그렇기에 대등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농인과 수어 통역사가 손을 맞잡아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청각장애가 있어 공적인 자리와 사적인 자리 모두에서 일상적으로 수어 통역을 요청할 일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통역을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과, 통역사가 바쁜 와중에 저를 위해 시간을 내 준다는 데 대한 미안한 마음을 느낍니다.
하지만 나스 씨의 이야기를 듣고, 제가 수어 통역을 요청하면 수어 통역사의 일이 늘어나거나 통역사의 기술 향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수어 통역을 요청할 때는 수동적으로 통역을 받기보다 통역사와 함께 표현을 다듬고, 통역사가 활약할 수 있는 상황을 함께 고민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통역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수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부터 수어를 생활 언어로 사용하는 농인까지 한자리에 모인 연수회
이번 수어 연수회에는 수어 통역사뿐 아니라 수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부터 평소 생활에서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까지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제게 이 연수회를 알려 준 사람도 수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자입니다.
첫날 분과회 행사장에서도 수어 초보자, 수어 통역사, 농인이 함께 수어를 사용하며 배움을 이어 갔습니다. 물론 수어 실력에는 개인차가 있지만, 참가자들이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는지 운영위원들이 세심하게 살피고 필요에 따라 통역을 하거나, 참가자끼리 통역하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어 인상 깊었습니다.

수어에도 방언이 있어 같은 주고쿠 지역 참가자끼리도 처음 보는 표현이 있습니다. 서로 “〇〇는 무슨 뜻이에요?”라고 물으며 지역 특유의 표현을 알려 주고받다가 “이게 방언이었구나!”라며 놀라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평소에는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좀처럼 없는데, 행사장에 다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수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인 모습을 보니 새삼 신선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2024년 10월 18일(금)~20일(일)에는 구라시키시에서 제54회 전국 농아 여성 모임이 열리고, 2025년 여름에는 일본에서 데플림픽이 개최됩니다. 오카야마현뿐 아니라 주고쿠 지역에서 수어와 관련된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익히고 교류를 넓힌 이번 연수회를 계기로, 손과 손을 맞잡은 동료들의 인연이 더욱 넓어지기를 바랍니다.

2025년 주고쿠 지역 합동 수어 연수회는 이웃한 히로시마현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제31회 주고쿠 지역 합동 수어 연수회 기본 정보

| 이름 | 제31회 주고쿠 지역 합동 수어 연수회 |
|---|---|
| 개최일 | 2024년 7월 20일(토) 오후 1시~8시 21일(일) 오전 9시 30분~오후 1시 |
| 장소 | 오카야마현 오카야마시 기타구 미나미가타 2초메 13−1 |
| 참가 비용(세금 포함) | 전국 수어 통역 문제 연구회·청각장애인 복지협회 회원 및 그 가족·동아리 회원: 2,000엔 비회원: 3,000엔 고등학생·중학생·초등학생: 500엔 ※교류회는 별도 요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