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 학습 모임(2024년 6월 22일 개최)~수어를 사용하는 청년들이 기획! 수어 사용자와 수어 학습자가 교류하며 수어 표현을 다듬었습니다

카드를 늘어놓고 담소를 나누는 참가자들

일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글쓰기 실력을 키우기 위해 ‘작가 강좌’를 수강하듯, 수어를 사용하며 생활하는 사람도 자신의 수어 표현을 다듬기 위해 ‘수어 학습 모임’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청각장애인은 400명 중 한 명 정도에 불과하고, 일상적으로 수어를 사용하는 또래를 만날 기회도 좀처럼 없습니다.

2023년 12월 간토에서 구라시키로 막 이주한 저도 윗세대 당사자를 만날 기회는 조금씩 늘었지만, 20~30대 또래 당사자를 만날 기회는 좀처럼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오카야마현 청각장애인 복지협회 청년부의 존재를 알게 되어 수어 학습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기재된 내용은 2024년 8월 기사 게재 당시의 정보입니다. 현재 정보와 다를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수어 학습 모임 개요

2024년 6월 22일(토), 오카야마시에 있는 오카야마현 청각장애인센터 회의실에서 오후 1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수어 학습 모임이 열렸습니다.

이 학습 모임은 오카야마현 청각장애인 복지협회 청년부와 오카야마현 수어통역문제연구회의 차세대 활동위원회(이하 ‘N-Action Okayama’)가 공동으로 기획했습니다.

공익사단법인 오카야마현 청각장애인 복지협회는 당사자들이 머물 곳을 마련하고 수어를 알리며 수어 통역 파견 사업 등을 진행합니다. 청년부는 대체로 30대까지의 당사자를 대상으로 동료를 만들 수 있는 자리와 평생 학습 기회를 제공합니다.

공익사단법인 오카야마현 청각장애인 복지협회는 오카야마현 단체이지만, 전국 47개 도도부현에 같은 성격의 단체가 있으며 청년부도 전국 47개 도도부현에서 각각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일본농아연맹 조직도 전일본농아연맹 홈페이지에서
전일본농아연맹 조직도 전일본농아연맹 홈페이지에서

N-Action Okayama(엔액션 오카야마)는 대체로 40대까지의 수어통역문제연구회 회원으로 구성된 조직입니다. 청년부와 연령대가 비슷하네요.

이번 모임은 오카야마현에서 수어를 사용하는 또래 당사자와 수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교류하며 함께 수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 열렸습니다.

당일 모습

오후 1시가 조금 지나 오카야마현 청각장애인센터 회의실에 도착하니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보였습니다.

오카야마현 청각장애인 복지협회 청년부(이하 ‘청년부’)와 N-Action Okayama 모두 대상 연령이 30대 전후라 육아 중인 사람도 많습니다. 참가자 모집 안내에도 ‘아이 동반 가능’이라고 적혀 있어, 아이와 함께 와도 수어로 소통하는 동료들과 교류하고 평생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 있다는 점이 반가웠습니다.

모임 장소는 오카야마시였지만, 구라시키시를 비롯해 오카야마시 외 지역에서 온 참가자도 많아 보였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수어를 사용하는 당사자, 수어 통역 현장에서 활약하는 사람, 수어를 배우는 사람 등 ‘수어’라는 공통점 아래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이 30명가량 모였습니다.

행사장 모습

의미를 파악하고 수어를 사용하자

‘수어 학습 모임’이라는 이름처럼 먼저 수어 학습으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강사는 오카야마현 수어통역문제연구회 학습부입니다.

강사

‘노트북’을 일본어에서 영어로 번역할 때 무심코 ‘note’라고 표현하기 쉽지만, 이렇게 하면 영어 사용자에게 뜻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영어에서는 노트북을 ‘laptop’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본어와 수어도 서로 다른 언어이므로, 번역할 때 일본어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청각장애인에게 본래 의도가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학습 모임에서는 두 가지 일본어 문장을 바탕으로 일본어에서 수어로 번역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괜찮으세요?

‘괜찮으세요?’ 상황극

일본어 ‘괜찮으세요?’에는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 이 자리에 앉아도 괜찮으세요?
  • 식후에 커피 드셔도 괜찮으세요?

첫 번째 문장의 ‘괜찮으세요?’는 ‘이 자리에 앉아도 되나요?’라는 뜻으로, 수어로는 새끼손가락을 턱에 대는 ‘상관없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두 번째 문장의 ‘괜찮으세요?’는 ‘커피가 필요하세요?’라는 뜻으로, 수어로는 ‘필요한가요, 필요하지 않은가요?’라고 표현합니다.

수어에도 오른손 손가락을 가볍게 구부려 손끝을 왼쪽 가슴에 댄 다음 오른쪽 가슴에 대는 ‘괜찮다’라는 표현이 있지만, 이는 ‘할 수 있다’라는 뜻으로 사용되므로 앞서 나온 문맥에서는 쓰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일본어에는 곧잘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문화가 있지만, 수어에서는 그다지 익숙한 표현이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상황극

수어에서 ‘죄송합니다’는 사과할 때만 사용합니다. 감사할 때는 ‘고맙습니다’, 말을 걸 때는 【어깨를 톡톡 두드리기】【눈앞에서 손을 흔들어 주의를 끌기】와 같은 표현을 자주 씁니다.

이처럼 일본어에서는 하나의 단어지만 수어로 번역하면 다른 단어가 되는 말도 있습니다.

학습 모임 후반에는 그룹별로 주어진 단어를 바탕으로 ‘수어라면 이렇게 표현할까?’라고 의견을 나눴습니다.

의견을 나누는 참가자

저희 그룹이 받은 주제는 ‘토루’였습니다.

‘사진을 찍다라면 셔터를 누르는 표현일까?’, ‘안경을 벗다라면 안경을 벗는 표현일까?’ 등 그룹 안에서 ‘토루’의 여러 가지 쓰임을 이야기했습니다.

다양한 ‘토루’
다양한 ‘토루’

저도 소리를 내면서 수어를 할 때 일본어 표현에 끌려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일본어에서 수어로 번역할 때는 어떤 의미로 쓰인 말인지 생각하며 표현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수어 카루타로 수어를 사용해 보자

학습으로 머리를 쓴 뒤에는 게임을 하며 교류합니다.

이날 청년부에서 ‘카루타를 수어로 해 보자’는 제안이 나와, 학습 시간에 이야기를 나눈 그룹별로 카루타를 했습니다.

저희 그룹에는 저를 포함해 청각장애인 두 명이 참가했기 때문에 당사자가 읽기패를 읽고, 수어를 배우는 참가자와 아이들이 그림패를 놓고 겨뤘습니다.

카루타를 하는 손

카루타에는 평소 생활에서 접하기 어려운 일본어 표현도 많아 ‘수어라면 어떻게 표현할까?’ 하고 고민했지만, 제 마음을 헤아려 주는 다정한 팀원들 덕분에 어떻게든 게임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른 그룹도 ‘이 일본어에는 이런 표현이 어울릴까?’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았습니다.

카루타를 늘어놓고 담소를 나누는 참가자
카루타를 늘어놓고 담소를 나누는 참가자

당사자와 수어로 대화하며 청각장애인이 어떤 세상을 보고 있는지 알아보자

이번 수어 학습 모임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수어 학습자가 청각장애 당사자와 교류하는 목적이 【수어 실력 향상】에만 그쳐서는 안 됩니다’라는 강사의 말이었습니다.

수어 학습 모임 강사
수어 학습 모임 강사

수어 단어 자체는 집이나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만으로도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통역 현장에서 청각장애인이 무엇을 통역해 주기를 바라는지, 어떤 점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와 같은 청각장애인이 보는 세상은 당사자와 교류해야만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당사자와 통역자, 수어 학습자가 한자리에 모일 기회가 적은 만큼 교류에 참여할 때는 자신만의 목적을 가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수어를 설명하는 청각장애인(왼쪽)과 표현을 확인하는 청인(오른쪽)
수어를 설명하는 청각장애인(왼쪽)과 표현을 확인하는 청인(오른쪽)

저도 청각장애 당사자로서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당연한 일상도 들을 수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합니다. 서로 통역 상황에서 어떤 점을 느끼는지 편하게 이야기하며, 함께 더 질 높은 수어 통역 상황을 만들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구라시키로 이주하기 전에는 간토에 살았기 때문에 인구가 많은 만큼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SNS 등에서도 수어로 교류하고 싶은 사람들을 모으기 쉬운 환경이었습니다.

한편 오카야마현은 지방 도시라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 덕분에 통역이 필요한 자리에도 개인적으로 교류한 적이 있는 통역사가 와 주는 경우가 많아 안심하고 통역을 받을 수 있다고 느낍니다. 일본어에 ‘젊은이 말’이 있듯이 수어에도 ‘젊은이의 표현’이 있으므로, 이번처럼 수어를 사용하는 또래가 모이는 기회가 늘어나면 동료를 더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청년부와 N-Action Okayama의 협업 기획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으로도 수어를 사용하는 또래들이 화기애애하게 즐길 수 있는 시도가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수어 학습회 기본 정보

홍보 전단
이름수어 학습회
개최일2024년 6월 22일 오후 1시 30분~4시 30분
장소오카야마현 오카야마시 기타구 미나미가타 2초메 13−1
참가 비용(세금 포함)무료
홈페이지공익사단법인 오카야마현 청각장애인복지협회 청년부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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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쓴 시민 작가
다카이시 마리코
다카이시 마리코

도호쿠에서 규슈, 긴키, 간토를 거쳐 2023년 12월 구라시키시 지역 활성화 협력대원이 되었습니다.

소리의 세계와 소리 없는 세계의 경계에 살고 있는 수어와 일본어의 이중언어 사용자입니다.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구라시키를 여행하고, 구라시키에 계속 살고 싶어지는 정보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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