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작품을 볼 때 “이 그림은 어디에서 왔을까?”라고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그림 한 점의 배경에는 시대와 사람들의 마음, 그리고 국경을 넘어 이어진 관계가 숨어 있습니다. 오하라 가문이 수집한 중국 회화의 발자취에서도 일본과 중국의 문화 교류 역사를 엿볼 수 있습니다.
2026년 5월 9일, 그 배경을 풀어보는 특별전 기념 심포지엄 ‘구라시키 오하라 가문과 중국 회화’가 구라시키 고쿠사이 호텔에서 열렸으며, 국내외 연구자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강연했습니다.
중국 회화는 중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오랫동안 사랑받고 연구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작품이 전승되고 평가되는 방식에는 나라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은 2부로 진행됐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제1부 ‘오하라 가문의 중국 회화 수집’에 초점을 맞춰, 중국 출신인 필자의 관심도 담아 그 내용과 볼거리를 소개합니다.
기재된 내용은 2026년 5월 기사 게재 당시의 정보입니다. 현재 정보와 다를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심포지엄 ‘구라시키 오하라 가문과 중국 회화’ 소개

심포지엄 ‘구라시키 오하라 가문과 중국 회화’는 오하라 미술관에서 열리는 특별전에 맞춰 기획된 기념 행사입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오하라 가문이 수집해 온 중국 회화에 초점을 맞춰, 그 형성과 오하라 가문의 역사적 배경, 미술사적 의의를 다각도로 살펴봤습니다.
당일에는 미술관 현장에서 소장품을 다뤄 온 연구자와 중국 미술사를 전공하는 대학 연구자 등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전문가들이 연단에 올라, 각자의 입장에서 중국 회화가 어떻게 수집되고 일본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발표했습니다.
당일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습니다.

심포지엄 제1부 참관
필자는 제1부를 참관했습니다. 당일 모습을 소개합니다.

제1부 ‘오하라 가문의 중국 회화 수집’에서는 다음 세 명이 연단에 올라 각자의 관점에서 오하라 가문과 중국 회화의 관계에 대해 강연했습니다.
- 모리야스 오사무
- 쓰카모토 마로미쓰
- 구레 모토유키
모리야스 오사무: 오하라 가문의 옛 그림 수집

심포지엄은 오카야마현립미술관 관장인 모리야스 오사무의 강연으로 시작됐습니다.
주제는 ‘오하라 가문의 옛 그림 수집’입니다.
그 배경에는 단순한 ‘미술품 수집’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 그리고 시대를 넘어 전해져 온 문화에 대한 관심이 있었습니다.
모리야스 관장은 먼저 구라시키에서 발전해 온 오하라 가문의 역사를 되짚었습니다.
에도 시대부터 지역 경제를 뒷받침해 온 오하라 가문은 메이지 시대에 방적 사업을 통해 크게 성장합니다. 이후 교육·의료·문화 사업에도 힘을 쏟았으며, 그 발걸음은 훗날 오하라 미술관 설립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중국 문인과 서화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중국 회화 수집이 확대됐다는 것입니다. 모리야스 관장은 7대 오하라 마고사부로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옛 그림 컬렉션을 구축했다고 소개하며, 그 배경에 있던 미의식과 문화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했습니다.
강연에서는 오하라 마고사부로가 수집한 대표작으로 전 전선의 《궁녀도》와 마루야마 오쿄의 《맹호도》 등이 소개됐습니다.
특히 《궁녀도》를 둘러싼 일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국보] 《궁녀도》](https://media.kuratoco.com/wp-content/uploads/2026/05/14123915/bc1f380a798f35fc1a3ce98f0819e1e8.jpg)
이 작품은 한때 가와사키 남작가(조슌카쿠)가 소장했던 명품으로, 중국 회화 가운데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1942년(쇼와 17년), 작품 매각 이야기가 나오자 미술상 야마나카 상회가 오하라 마고사부로에게 연락했고, 마고사부로는 즉시 구매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마고사부로가 이 작품을 구입한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입니다. 말년까지 식지 않았던 미술품 수집에 대한 열정에서 작품을 향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리야스 관장은 오하라 가문의 수집 활동에 대해 “단순한 미술품 수집이 아니라 사람과 지역, 시대적 배경까지 아우르며 전해져 온 문화의 기록이기도 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집
‘여러 가지를 모으는 것’을 뜻하며, 현재 일반적으로 쓰이는 ‘수집’과 거의 같지만 특히 취미나 연구를 위해 체계적으로 컬렉션을 만든다는 뉘앙스가 강한 표기입니다.
작품 자체뿐 아니라 그 너머로 이어지는 교류와 역사를 살펴보면 컬렉션의 새로운 매력이 보입니다. 이번 강연을 통해 오하라 가문이 구축한 중국 회화 컬렉션의 깊이와 문화적 의의를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쓰카모토 마로미쓰: 동원 ‘군봉소설도권’과 일본의 ‘근대’
이어 연단에 오른 사람은 도쿄대학교 동양문화연구소 교수인 쓰카모토 마로미쓰입니다.

강연 주제는 ‘동원 《군봉소설도권》과 일본의 ‘근대’―라진옥, 나이토 고난과 ‘남종화’의 재평가―’입니다.

쓰카모토 씨는 일본의 근대화를 ‘서양 문화의 수용’이라는 관점만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근대 일본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동양 문화를 어떻게 재평가하고 새로운 가치를 찾아낼지에 대한 움직임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강연에서는 중국 고전 회화가 근대 일본에서 다시 주목받게 된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중국 역사학자 라진옥과 일본 동양학자 나이토 고난 등의 활동을 통해 중국 회화에 대한 새로운 미술관이 형성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야기는 오하라 가문의 중국 회화 컬렉션으로 이어졌습니다.
실업가와 연구자, 미술 관계자들이 국경을 넘어 교류하는 가운데 중국 미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일본 고유의 미의식이 형성됐다고 합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동양’이라는 개념 자체로 논의가 확장됐다는 것입니다.
쓰카모토 씨는 중국 미술뿐 아니라 당시에는 이집트 미술 등에도 관심이 쏠렸다는 점을 언급하며, 근대 일본에서는 ‘동양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큰 문화적 재편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연을 통해 드러난 것은 오하라 컬렉션이 단순한 미술품 수집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안에는 일본과 중국을 잇는 문화 교류의 역사와 근대 동아시아에서 쌓여 온 지적 교류의 흔적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구레 모토유키 씨: 서양화가 고지마 도라지로와 서화가 우 창숴, 그리고 실업가 왕이팅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른 사람은 교토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준교수 구레 모토유키 씨입니다. 강연 주제는 ‘서양화가 고지마 도라지로와 서화가 우 창숴, 그리고 실업가 왕이팅’입니다.

구레 씨가 주목한 점은 고지마 도라지로가 1918년 이후 여러 차례 중국을 방문했다는 사실입니다. 고지마는 상하이를 거점으로 중국 서화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실업가 왕이팅과 서화가 우 창숴 등과 교류를 넓혔고, 이 인맥을 통해 작품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또한 고지마가 중국에 머무는 동안 쓴 일기와 수첩 기록을 바탕으로 실제 구매 상황도 분석했습니다. 당시 상하이에서 유통되던 작품 가운데 골라 구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도 소개했습니다.
구레 씨는 “고지마 도라지로는 서양화가이면서도 중국 미술에 깊은 이해를 보였고, 동서양 예술을 넓은 시야로 바라본 인물이었습니다”라고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어 심포지엄 마지막에는 오하라 미술관 명예관장 오하라 겐이치로 씨가 인사말을 전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심포지엄이 끝난 뒤, 필자는 오하라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구라시키 오하라 가문과 중국 회화’를 다시 찾았습니다.
전시장에서 작품을 바라보니, 그림 한 점 한 점 너머로 국경을 넘어 이어져 온 사람들의 교류와 미술에 담긴 마음이 조용히 살아 숨 쉬는 듯했습니다.
오하라 미술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닙니다.
그곳에는 미술을 통해 쌓아 온 일본과 중국의 문화 교류 역사가 지금도 소중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은 미술의 깊이와 국경을 넘어 이어져 온 문화 교류의 의미를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특별전 기념 심포지엄 ‘구라시키 오하라 가문과 중국 회화’ 기본 정보

| 이름 | 특별전 기념 심포지엄 ‘구라시키 오하라 가문과 중국 회화’ |
|---|---|
| 개최일 | 2026년 5월 9일(토) 오전 10시~오후 5시 30분 |
| 장소 | 구라시키 고쿠사이 호텔 |
| 참가 비용(세금 포함) | 무료 ※정원: 신청 선착순 100명 |
| 홈페이지 | 특별전 구라시키 오하라 가문과 중국 회화 |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배경에 있는 사상과 시대,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면 미술은 더욱 깊은 매력을 보여줍니다. 또한 ‘진짜란 무엇인가’, ‘미술의 본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되새기며, 이날의 논의를 계기로 작품을 다시 마주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