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관 지구에서도 유독 존재감을 뽐내는 서양식 건축물, 오하라 미술관.
오하라 미술관에서는 폐관 후 미술관을 대관해 특별 해설원과 함께 본관을 둘러보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이브닝 투어를 진행합니다.
이 글에서는 청각 장애가 있는 제가 수어 통역을 요청해 참여한 오하라 미술관 이브닝 투어의 모습을 리포트합니다.
기재된 내용은 2024년 4월 기사 게재 당시의 정보입니다. 현재 정보와 다를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오하라 미술관 이브닝 투어
오하라 미술관에서는 폐관 후 특별 해설원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는 완전 예약제 ‘이브닝 투어’를 진행합니다.
투어는 오후 5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90분 동안 진행됩니다.
20명 정도의 단체를 대상으로 하며, 특별 해설원과 함께 본관을 둘러보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당일 일정
제가 방문한 12월에는 폐관 시간이 오후 3시여서 오후 4시 30분부터 90분간 투어가 진행됐습니다. (12월~2월은 오후 3시부터 가능)
투어는 본관 1층부터 차례로 전시실을 둘러봅니다. 저는 청각 장애가 있어 음성만으로 진행되는 이브닝 투어에 참여하면서 다른 청인 참가자들처럼 즐길 수 있을지 걱정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투어에는 수어 통역사가 동행하도록 했습니다.

구라시키시에는 청각, 음성·언어 장애가 있는 분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수어 통역사를 파견하는 의사소통 지원 제도가 있습니다.
이번 이브닝 투어에는 사회 참여 촉진의 관점에서 수어 통역사를 파견받을 수 있었습니다.
소장 작품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특별 해설
오하라 미술관은 1930년(쇼와 5년)에 일본 최초의 서양 미술관으로 구라시키에 문을 열었습니다.
현재 오하라 미술관에 전시된 클로드 모네의 《수련》과 엘 그레코의 《수태고지》 등 서양화 대부분은 오카야마현 다카하시시 출신 화가 고지마 도라지로가 유럽에서 화가에게 직접 사들여 온 작품도 있다고 합니다.


《수련》은 고지마 도라지로가 모네를 직접 만나 사들인 작품입니다. 《수태고지》는 파리의 화랑에 잠들어 있던 작품을 어렵게 사들여 왔다고 합니다.
혼자 미술관에 가도 작품을 감상하거나 해설문을 읽을 기회는 있지만, 작품을 사들인 일화 같은 뒷이야기를 알 수 있는 것은 이브닝 투어만의 즐거움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넓어지는 감상 관점
또한 오하라 미술관은 대화형 감상을 제안하는 미술관이기도 합니다.
이번 이브닝 투어는 단체별로 진행되는 투어라 편하게 질문하거나 참가자끼리 감상을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분위기가 달아올랐던 질문은
“이 전시실의 작품 중 한 점을 선물로 받을 수 있다면 어떤 작품을 고르시겠어요?”
였습니다.
“이건 너무 크려나”, “이 색감이 좋아요” 등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관점으로 작품을 골랐습니다.
미술 감상은 조금 어렵다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어떤 작품이 좋은지’는 누구나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미술을 감상할 때 우리 집에 걸고 싶은 작품,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작품 등을 떠올리며 감상해 보고 싶습니다.

모두의 마이 뮤지엄
고지마 도라지로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하라 미술관은 늘 ‘그 시대의 작가를 응원하고 동시대 작품을 수집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현재는 2030년 개관 100주년을 앞두고 ‘모두의 마이 뮤지엄’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음 세대를 이끌 아이들이 예술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아이들과 ‘좋아하는 그림 찾기’를 하거나 병원 내 학급 아이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강좌를 열기도 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2024년 1월에 열린 ‘제35회 구라시키 어린이 사이좋은 작품전’에서는 찾아가는 강좌에서 만든 작품이 구라시키 시립미술관에 전시됐습니다. 저도 작품전을 관람했는데, 아이들이 만든 《수련》 작품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아이들이 각자 떠올린 색과 형태로 표현한 《수련》은 저마다 달랐고, 한 명 한 명의 감성이 풍부하게 드러났습니다.
이번 이브닝 투어에서도 오하라 미술관 소장품인 《수련》은 수면을 그려 물속이나 수면에 비친 풍경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이라는 해설을 들었습니다.
아이들도 작품에 얽힌 해설을 듣고 자신만의 표현을 했겠지요. 앞으로의 시대를 만들어 갈 아이들을 응원하는 활동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어 통역 덕분에 청인과 똑같이 투어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오하라 미술관 이브닝 투어에서는 미술관의 역사와 작품이 그려진 배경 등, 작품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미술관 특별전 등에 가면 음성 해설이 제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청각 장애가 있어 음성 해설을 들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미술 감상 해설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이번 이브닝 투어에 참여하기 전에도 (제 개인적인 감상을 위해 수어 통역사 파견을 신청해도 될까) 고민했지만, 실제로 수어 통역과 함께 이브닝 투어에 참여해 보니 많은 것을 알게 되어 좋은 경험이 됐습니다.
앞으로도 참여해 보고 싶은 행사가 있다면 처음부터 포기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확인하며 즐길 방법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해 질 무렵 시작된 이브닝 투어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입김이 하얗게 피어오르는 겨울의 고요한 미관 지구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예술을 접하고 작품에 담긴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은 따뜻해졌습니다.
특별 해설원과 수어 통역사에게 몇 번이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오하라 미술관을 나섰습니다.
미술 감상을 더욱 좋아하게 만들어 줄 오하라 미술관 이브닝 투어를 꼭 경험해 보세요.
오하라 미술관 관련 기사
오하라 미술관 이브닝 투어 기본 정보

| 이름 | 오하라 미술관 이브닝 투어 |
|---|---|
| 개최일 | 평일 화요일·수요일·목요일 오후 5시~오후 6시 30분(90분) ※12월~2월은 오후 3시 이후로 상담 가능(진행 월의 전월 15일까지) 【신청 기한】 진행 월의 전월 15일까지 |
| 장소 | 구라시키시 주오 1초메 1−15 |
| 참가 비용(세금 포함) | 최소 진행 인원 기준 90,000엔~(1인 4,500엔×20명 기준) |
| 홈페이지 | 오하라 미술관 |


















































